이 후기는 2010년 6월 5일 처음 참석했던 도싸 초급 라이딩 모임 후 작성했던 글입니다.
DAUM에 있는 제 블로그에 올린 글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2010년 4월 15일 싸이클 구입,
첫 라이딩에서 왕복 20km를 달리고 어지럽고 힘들어 죽을 뻔했고,
주말에만 중랑천-한강을 오가고 있으며, 현재까지 누적 700km 주행,
평균 3시간 30분 라이딩에 왕복 70km를 달리는 수준(50분 주행 10분 휴식).
라이딩 후 집에서 퍼짐.
제 체력이 이 정도 상태입니다. 이만하면 훌륭한 쌩초보인 듯 합니다.
이런 제가 왜 도싸 초급 모임에 발을 담글 생각을 했을까요?
한강을 달려 보신 분들은 다 아시다시피 몇 번 다니다 보면 재미가 없습니다.
날 잘 못 잡으면 올 때 갈 때 모두 맞바람에, 사람도 많고, 공사도 자주하고, 매번 보는 경치도 같고, 이러니 어디 다른 곳 없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가끔 그룹 라이딩 하시는 분들 따라가다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누적 700km 정도를 달리다 보니 제 실력이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요즘 도싸 모임이 중급A/B, 초급A/B 등으로 세분화가 된 것도 계기가 되었습니다.
거주지가 노원구라 북부 모임을 찾아 봅니다. 6월 5일 날짜로 초급 모임이 떴습니다.
초급B, 평지 시속 25~30, 거리 80km, 아싸! 제가 바라던 모임입니다.
그러나 전 여기서 한번 더 고뇌에 빠집니다.
“도싸의 초급이 초급이냐?”, “초급에 왠 짐승들?”
이런 소문을 익히 들었기 때문이죠.
더 큰 문제는 바로 제가 평페달이라는 거였습니다. 평페달!!!
자신이 없었던 저는 리플을 달아 봅니다. “쌩초보, 평페달도 참여할 수 있는지요?”
오~ 반응 뜨거웠습니다.
‘무리다, 흐를 게 뻔하다’라는 걱정스런 의견,
‘무슨 소리냐? 초급이다. 흘러도 버리지 않는다. 샤방 라이딩이다. 같이 가자.’라는 고무적인 답변까지…
그래서 저는 결심합니다. ‘아, 그래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평페달도 할 수있다. 가자!!!’
무슨 객기였을까요…
이 때의 결정이 제 자전거 인생을 크게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됩니다.
모임 날인 오늘 아침, 중랑천으로 샤방 라이딩을 하면서 약속 장소인 태릉입구역 정자로 갑니다. 35분인데 아무도 안 보입니다.
그 아침에 졸티/졸바지 입은 사람은 저뿐입니다. 앉아 있던 여자가 계속 쳐다봅니다.
민망해서 다른 정자가 또 있나 찾아보러 갔다 오니 소나무님께서 와 계십니다.
아까 그 여자도 계속 있습니다. 그래도 two 졸바지라 좀더 꿋꿋하게 있을 수 있었습니다.
점점 졸바지 인원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굵은 허벅지들, 비싸 보이는 자전거들, 풍기는 뽀스들이 장난 아닙니다.
정말 초급 모임? 슬슬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오늘 모임은 저까지 총 9분이 참석하셨습니다.
참석하신 분들 닉네임… 기억 날 리 없죠. 저는 뇌용량도 작은 쌩초보니까요~
그룹 라이딩도 처음, 도로 주행도 처음, 쌩초보에게 신세계가 열립니다.
‘자, 이제 즐거운 샤방 라이딩이 시작되는구나~~~ 나도 이제 진짜 라이더~~’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평속이 30을 훌쩍 넘어갑니다.
도심이라 빨리 빠져 나가려고 그러나 보다 생각합니다. 신호등에 잠시 쉬기도 해서 괜찮습니다.
처음에 안 나오던 “홀!!!” 소리도 몇 번 하니 크게 잘 나옵니다.
서울을 벗어났습니다. 응? 그런데도 평속은 항상 30 이상입니다.
처음 나온 사노IC 오르막 오르는데 다들 쌩쌩 잘 갑니다. 저 혼자 아주 죽습니다.
그나마 다음이 구리시라 신호등의 도움으로 쌩쌩한 척 해 봅니다.
구리 시내에서의 모습입니다. 가장 오른쪽 허리 굽히고 뒤돌아보는 게 저입니다.
이미 이 때부터 퍼진 상태였죠. ㅎㅎ후ㅜㅜ
결국 구리시도 벗어났습니다. 평지와 내리막은 그나마 잘 따라 붙었습니다.(그렇죠? 그랬죠? 그랬다고 해주세요…)
그러나 조금의 오르막이라도 나오면 아주 죽을 힘을 다 해야 합니다.
다른 분들요? 어디 오르막이 있냐는 듯 아주 쓩쓩 치고들 나가십니다.
저와 체격이 비슷하셨던 감사전문님도 ‘이까이꺼’ 이러시면서 슉슉 날아가십니다.
평속 따윈 30 아래도 안 떨어진 지 오랩니다. 평속 25 샤방 라이딩 하시겠다면서요. ㅜㅜ
서파삼거리였을 겁니다. 1차 휴식을 했던 곳이지요. 다른 분들과는 달리 고개 푹 숙이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저입니다. 1차 유체이탈을 경험하는 중이었지요.
퇴촌마트에서 설레임을 쪽쪽 빨던 기쁨도 잠시, 산인님께서 곧 오픈코스라고 하십니다.
6개의 고개가 있답니다. 고개라뇻!!! 모임 글에는 없었단 말입니다. ㅜㅜ
게다가 마지막 하나가 클라이막스라는 말도 하십니다.
이미 지금껏 지나온 오르막에서 힘 다 썼는데, 그런건 오르막도 아니시라는군요…
아, 이젠 될 대로 되라 모드입니다. 난 무조건 꼴찌!!! 미리 선언하고 따라갑니다.
다들 오픈을 기다리신 듯... 슉슉 이미 제 시야에서 사라지셨습니다.
그런 제 뒤를 소나무님께서 받쳐 주셨습니다.
그렇게나 느리고 천천히 올라가는 제 뒤를 꿋꿋하게 지켜 주시면서 업힐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저 때문에 굉장히 답답하셨을텐데,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5번 째 업힐 뒤의 다운힐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최고속 56km의 경험은 정말 짜릿했습니다.
아직 업힐의 재미는 모르겠지만, 업힐 뒤에 찾아오는 다운힐은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분원리 마지막 고개 정상에서 감사전문님과 저입니다.
웃고 있는 감사전문님과 달리 멍한 표정의 저입니다. 어떻게 집에 가나 심각하게 고민중이었을걸요?
분원리 마지막 슈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모두들 염치고개를 공략하러 출발합니다.
저 멀리 염치고개가 보입니다. 이건 뭐… 어쩌라는 거죠?
직선 오르막을 간신히 다 오르니, 왼쪽으로 또 뻗어 있는 오르막, 그리고 다시 오른쪽으로 계속되는 오르막…
그냥 G.G. 끌차만이 살 길. 끌차하는 저를 소나무님께서 끝까지 함께 하셨습니다.
그렇게 간신히 염치고개를 넘고 드디어 점심을 먹습니다. 꿀 같은 휴식 시간…
밥 맛은 없지만, 먹어야 합니다. 먹지 않으면 흐를 뿐…
<감사전문, 렌보, 나쁜놈끝판왕, 저, 산인, ?, ?, 포칼>
밥 먹고 난 뒤 모습입니다. 기력회복. 그러나 곧 방전~
돌아오는 길은 거의 평지입니다. 그래도 오르막이 나오면 많이 힘듭니다.
고갯길이 아니니, 밥심으로 이겨내 보고자 합니다만, 쳐질 뿐…
날은 덥고, 입은 턱턱 말라 오고, 평속은 여전히 30입니다.
팔당 삼거리를 지나 한강 자전거 전용 도로로 들어서서야 평속이 확 줄었습니다.
여기엔 높아진 평속을 확 줄이시려는 산인님의 음모가… ㅋㅋ
하지만, 평속이 줄었다는 기쁨도 잠시…
눈 앞에 산이 하나 나타납니다. 분명히 자전거 도로인데, 산이 있습니다.
아, 아직 고생은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결국 중간도 못 오르고 다시 끌차합니다. 끌차만이 살 길!!!
토평교 아래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태릉입구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총 거리 : 110km
라이딩 시간 : 4시간 20분
평속 : 25km(이렇게 낮아진 건 모두 제 덕입니다 ㅎㅎㅎ)
하남 자전거 도로 들어오기 전까지의 평속 : 30km
사고 : 한 분 다리에 쥐.
태릉 다 도착해서 갑자기 끼어든 차 피하려다 바로 앞에 가시던 나쁜놈끝판왕님 뒷 타이어와 겹쳐서 넘어질 뻔 했습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다리를 쫘악 벌렸더니 X꼬가 찢어지는 아픔이 찾아왔습니다. ㅜㅜ
다행히 큰 사고도 없었고, 펑크 나신 분도 없으셨습니다.
날은 찌는 듯이 덥고, 바람도 거의 없고, 쌩초보 챙겨 주시느라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특히 업힐에서 항상 저를 챙겨 주셨던 소나무님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제가 없었다면, 분명히 중급 모임이 되었을 겁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두 눈이 감기기 직전입니다. 아주 졸려 죽겠습니다. 글 올리고 바로 잘 듯 합니다.
자, 이제 결론입니다.
과연 쌩초보 평페달에게 도싸 초급 모임은 나갈 만한 곳인가?
저는 나가 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나가서 제 한계도 깨달았고,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고, 새로운 경험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의 라이딩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계시다면, 과감하게 문들 두드려 보십시오.
초급 모임은 흘러도 항상 기다려 줍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한강 등 평지 라이딩을 하시는 분이라면 4시간에 100km 주행 후 쌩쌩하셔야 합니다.
남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업힐 능력과 댄싱 실력이 있으셨으면 합니다.
장거리 라이딩 시 자신에 맞는 rpm을 대충 알고 계시면 더 좋습니다.
위의 조건이 안되신다면, 샤방샤방 관광 라이딩 모임쪽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뭐 저도 위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전까지는 샤방샤방 관광 라이딩만 줄기차게 좇아 다니고 싶습니다.
어디 샤방샤방 관광 라이딩 모임은 없나요?
잠자러 가기 전에 사족 하나~
저 내일 클릿 페달 사러 갑니다. 근데, 피곤해서 갈 수 있을는지 모르것어요…
태릉도착후
<앞줄: 렌보, 소나무, 감사전문, 산인 / 뒷줄: 포칼, ?, 나쁜놈끝판왕,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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