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리콜을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는 1990년 폴 버호벤 감독의 동명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폴 버호벤 감독이 누구인지 모르겠다구요?
"로보캅"의 감독입니다.
두 영화의 원작은
SF소설의 거장인 필립 K. 딕의
"We can remember if for You wholesale"
꽤나 짧은 단편 소설입니다.
199년 폴 버호벤의 토탈리콜은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었습니다.
특수효과가 분장 등은 요즘의 눈으로 보면 촌스럽기 그지없지만,
지구와 화성을 넘나드는 그 광대한 스케일은 압권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연기력은 문제가 좀 있었지만(아... 아놀드 횽~)
적절한 액숀뿐 아니라 심리 표현도 나름 신경 많이 썼더랬죠.
2012년에 리메이크된 토탈리콜을 보러가면서
1990년 토탈리콜의 감동을 음미하면서 약간의 기대를 했었습니다.
아... 시작부터 기대치를 팍 꺾어주는 내용이 나옵니다.
2012년 토탈리콜의 무대는 "지구"랍니다.
그것도 화학전으로 황폐해진 지구.
그 화학전 속에서 오직 영연방과 호주만 거주가 가능하다는 설정입니다.
뭐?
게다가 영연방과 호주는 지구 중심을 통과하는 터널에 의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터널을 통해 17분만에 이동할 수가 있다는 거죠.
ㅎㅎㅎ 여기서부터 벌써 정신이 혼미해져 옵니다.
액션이나 CG는 요즘의 눈높이에 맞게 충실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원작 소설과 1990년 폴 버호벤의 영화를 본 적이 없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1990년 작품을 보신 분이라면 실망할 가능성도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가끔 여러 헛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가장 허탈했던 설정이 마지막에 나옵니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임파서블 1편에서 나와서 헛웃음 짓게 만들었던
KTX 터널씬 떼제베 영불터널 장면보다 더 심한 설정이 나옵니다.
지구 중심을 관통하는 터널을 이동하는 기차(? 엘리베이터???)의 외부를 기어 오른다...
ㅎㅎㅎ
지구의 지름은 대략 12,700km가 넘습니다.
이 거리를 17분에 돌파하려면 1분에 무려 750km를 이동해야합니다.
시속 45,000km/h의 속도라는 거죠.
이 속도로 달리고 있는 물체의 외부를 기어 오른다?
시속 100km/h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창밖으로 얼굴 내밀고 있는 것도 힘든데 말이죠.
영국과 호주가 가장 먼 거리가 아니라고 해도 아주 빠른 속도일거라는데 의심의 여지는 없습니다.
이 정도의 스케일로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원작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맴돌았습니다.
지구와 화성 그리고 외계 문명을 더욱 멋지게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도 너무 많이 아쉬웠네요.
1990년 폴 버호벤의 "토탈리콜"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네요.
영화를 보는 동안 내용보다는 숨겨진 한글 찾는 재미가 더 쏠쏠했다는 건 함정입니다.